10대의 끝이 약 두 달 정도 남은 시점에서 지나온 길들을 열심히 회고하고 있다. 스스로 경험주의자라고 부를 만큼 공부보다는 좋아하고 관심있는 것들을 추구하고 경험했었다. 그렇게 직접 부딪혀보며 얻은 것들은 절대 잃어버리지 못하는 소중한 자산이 되어주었다. 학생의 일반적인 길인 공부에서 벗어났지만, 일반적으로 10대에 할 수 없는 많은 경험을 해봤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살펴보니 소중한 경험을 해보기까지 총 두 번의 전환점이 있었네.
2020년 중학교 3학년 때, 자동차 업계 중에서도 자율주행 분야에 관심이 있었다. 유튜브에서 자동차 채널들을 여럿 구독해두고 관심사를 개발하고 있었다. 그때는 단순히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율주행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2018년 평창올림픽 때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차 넥쏘가 서울에서 평창까지 자율주행한 영상이 불씨를 지펴주기도 했다. 현대차가 국내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대기업에 입사해 자율주행 개발을 하고 싶었다. 그때의 진로도 지금만큼이나 나름 구체적이었다.
그러다가 이기주 작가님의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 라는 책이 전환점이 되어주었다. 사랑과 관련된 저자의 생각을 담담히 써내려간 엔솔로지이다. 추상적인 생각을 눈에 보이는 글로 풀어내는 것에 매력을 느껴 글 쓰는 사람이라는 꿈이 생긴 것이었다. 자율주행 개발자처럼 좋아하고만 끝내는 게 아니라 평생 직업으로까지 가져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만큼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시간이 흘러 2022년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인스타그램에서 독립출판이란 분야를 알게 되었다. 해방촌의 독립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도 그때 알게 되었다. 때마침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신청했었다. 출판계를 진로로 삼을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면들을 알아보자, 하고선 스토리지북앤필름의 [하루, 독립출판] 이라는 원데이 클래스를 들었었다. 출판계에 입문하고 나서 처음 써봤던 POD 출판과는 달리 A부터 Z까지 다 독립적으로 해야 한다고 해서 기대가 되었던 기억이 난다. 수업을 해주신 그 해방촌 책방의 마이크 사장님과 아직까지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수업 이후에도 여러 독립출판물들을 사 읽으며 진로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한 삶을 회고하면서 '인생은 어디로 흐를지 모른다' 라는 말의 의미를 새삼 다시 느끼고 있다. 그저 상투적이고 어른들의 틀에 박힌 말이라고만 생각했다. 색다른 경험이 다양하게 쌓일수록 그런 문장들이 더 와닿는 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달의 여유 : 더 추워지기 전에 가을을 만끽합시다!]
선선한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9월과 10월 사이에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답니다. 공부보단 경험을 추구하는지라 시험 기간에 멘탈이 나가버리기도 하고, 수험생이라면 꼭 거친다는 엄마와 흔하디 흔한 신경전도 생기고 무거운 마음을 내려둘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레터를 보내는 10월 말에는 모든 일이 거의 마무리가 되어가는 시점이에요. 이제는 고개를 좀 빳빳하게 들고 가을을 누려봐야겠습니다. 일단 집 근처 공원부터 가봅시다. 여러분도 같이 누렸으면 하는 마음에 오며가며 찍은 가을 풍경을 공유합니다:)